`반도체 부문은 2001년 상황 재현?` 올해 1분기에 반도체 영업이익이 5400억원에 그친 것을 두고 하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2000년 반도체ㆍLCD 부문에서 6조500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영업이익을 실현했다. 그러던 게 2001년에는 전년 대비 10% 수준인 6900억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 반도체값 폭락에 속절없이 당한 셈이다.
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성장 한계`와 함께 `사업 변동성`이다.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에서 73%를 차지했던 반도체는 수요ㆍ공급에 따른 가격 등락폭이 워낙 크고, 자전거 바퀴 돌리 듯 쉴 새 없는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전체적으로 미래를 대비한 사업 포트폴리오가 취약해 10년 앞을 내다보는 투자자에게는 안정감을 주는 기업이 아닌 셈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GE가 삼성전자와 다른 점은 `안정 속에 365일 24시간 변신`을 도모하고 한 세대 앞을 내다본다는 것. 대표적인 사례가 항공기엔진 사업. 투자 후 10년간은 수익이 없지만 20~30년 후에는 수백억 달러짜리 사업이 될 이 부문에 90년대에 과감히 투자해 현재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GE는 2001년 제프리 이멜트 회장이 취임한 후 기업 인수에 800억달러를 사용했고, 350억달러에 이르는 사업을 팔았다. GE가 매입한 기업은 보건의료, 에너지, 생명과학 등에 집중됐다. 반면 보험과 저성장이 예상되는 사업은 매각 대상이 됐다. 34개 사업군 가운데 절반가량이 포트폴리오 변화를 겪었다.
GE M&A에는 철학이 있다. `10~20년 미래 트렌드를 읽고 해당 분야를 선점해 장기 고수익 기반으로 삼는다`는 게 그것이다. 그 대상에 성역은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올 초 매각계획을 밝힌 플라스틱 사업이다. 플라스틱 부문은 1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며 GE 사업군 가운데 가장 글로벌화가 잘 돼 있다. 전 회장인 잭 웰치나 현 회장인 제프리 이멜트 등 많은 최고경영진들이 플라스틱 부문을 거쳤다. 글로벌 사업감각을 키우는 데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매출 66억4900만달러에 순이익 6억7400만달러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멜트 회장은 "플라스틱 원재료 가격 변동이 워낙 커 향후 경영실적을 예측하기 힘들다"며 매각배경을 설명했다. 취임 나흘 만에 터진 9ㆍ11테러로 재보험료를 6억달러나 지급한 후 한때 GE 금융부문 매출에서 40%를 차지했던 보험사업도 정리했다.
GE는 사업포트폴리오 변화로 2001년 1259억달러였던 매출을 지난해 1608억달러로 높였다. 순이익은 같은 기간 137억달러에서 207억달러로 늘었다. 산업부문 영업이익률은 15.2%에 달하며 올해 400억달러 현금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멜트 회장은 취임 초 `연간 순이익 증가율 10%, 매출증가율 8%, 투자수익률 20%`를 목표로 제시했다. 2001년에는 전체 사업부 중 3분의 1만이 이 조건을 충족했으나 지금은 전체 사업으로 확대중이다.
미국 경영ㆍ노동시장 풍토는 사업재편을 손쉽게 받아들이지만 국내 문화는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해도 삼성전자에서 투자자를 감동시킬 신사업 발굴이나 인수가 거의 없었다는 것은 `위기의식 부족`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일본을 대표하는 도요타의 힘은 `가이젠(개선)`에서 나온다. 끊임없이 조금씩 혁신하는 가운데 품질과 가격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제품을 만들었다. 당초 `값싸고 품질 좋은 자동차`에서 출발한 도요타는 고급제품은 렉서스로 분리하면서 저렴한 소형 자동차부터 대형까지 소비자가 원하는 모든 자동차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변했다.
탄탄한 브랜드를 구축한 와중에도 미래에는 열심히 투자했다. 친환경적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2001년 전체 판매량 552만대 가운데 0.7%를 차지했으나 지난해에는 판매량 797만대 중 3.9%로 비율을 높였다. 1980년대 이래 끊임없이 미래를 대비한 결실이 20여 년 만에 결실을 본 것이다.
(2007-04-14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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